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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2014)> 무지의 지(無知의 知)에 대한 자각 책장 속 책갈피

소크라테스는 산파법을 통해 '무지의 지(無知의 知)'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은 가지를 안다는 , ,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 탐구 활동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신의 무지함을, 자신이 아는 것은 전체에서 ()' 가까울 정도로 적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겸허하게 지식과 지혜가 쌓인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현실 세계의 다섯 영역에 대한 나의 지식 수준은, 굳이 소크라테스를 인용하지 않아도 극히 미미하다. 대다수가 그렇듯 눈앞의 문제만으로도 벅차다는 핑계였다.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가십 뉴스를 즐기지는 않았지만,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나라 이야기마냥 듣는 마는 둥이었다. 하나 바뀐다고 한들 답답한 사회가, 삶이 크게 바뀔 같지 않다는 것은 다른 핑계였다.

 

그러던 최근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논쟁으로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 상반된 입장의 흥미로운 충돌을 경험했다. 평등과 인권에 대해서였는데, 자리에서 나는 모든 것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돌리는 반대쪽에 사회의 책임을 간과할 없다고 충돌하고 있었고, 다른 자리에서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라본 나의 이야기에 상대방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개인과 사회라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무게 중심이 어디냐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한 시각과 해결책이 달라진다. 돌아오는 길에 좀더 심도 깊은 담론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우면서도, 당장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등지고 있는 것은 책임 회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 번째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제목에서 유추할 있듯,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추상화하여 양분한다. 역사를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고, '생산수단' '자본주의' 흐름을 설명한다. 역사를 훑고 나면, 이에 기반한 경제와 정치, 사회, 윤리의 흐름이 이어진다. 노동자와 자본가, 시장과 정부의 개입, 보수와 진보, 개인과 집단, 의무론과 목적론의 대치까지 다섯 가지 영역의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구슬을 꿰듯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이 계속된다.

 

복잡하고 따분할 같다는 예상을 뒤엎고 재미있게 읽힌다. 추상화와 단순화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운 개념에 대해서 등장인물 A,B,C 아메리카노, 사과, 축구경기 나를 대입하기 쉬운 일상적인 예시로 본질을 설명한다. 특히, 진보와 보수 진영의 축구 경기는 머릿속으로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씁쓸하다가도 재미있고 씁쓸했다. 세계사와 사회, 경제를 이렇게 배웠다면 성적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접한 것에 만족한다.)

 

무관심과 무지는 자랑이 아니다. 편협한 지식과 사고가 전부라고 믿는 우매함을 반성하며, 비록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선악의 대결 구도가 아닌 체제와 사상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있어야, 제대로 논의가 이어질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강조하는, 지은이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들리는 듯하다. '지적 대화'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 지적 대화를 위한 아주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것이 책의 주제이자 목표다. 보는 내내 복잡한 생각들을 흐르듯 이어가는 작가의 혜안에 경외감이 들었다.

 

책에서 다루는 개별 분야에 대해 아는 사람에게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대립 관계에 있는 양방을 담는 과정에서 약간의 치우침이 느껴지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불편하다면 불편한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추상화와 단순화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지대넓얕>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을 경험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나에 대한 관심은 세계와 타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이는 나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한다. 혼란이 가중되는 현대를 살아가는 , 최소한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의 얕은 지식은 세계와 나를 향한 지적 탐구의 단초를 제공한다.

 

***

제목: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2014)

지은이: 채사장

펴낸이: 김태헌

출판: 한빛비즈

*** 

+ 요청되는 , 종교,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교육과 미디어, 경제주체의 입장에 대한 논지도 흥미롭다.

 

+ 경제, 정치, 사회의 원리가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 그간 선과 악이라는 편견이 생겨왔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해 자유로운 담론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지금이야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이름이 올라도 서점에서 판매가 되지만 (거기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1982 '불온서적' 읽었다는/소지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30 만에 무죄가 선고된 뉴스를 접한 것이 겨우 작년. 80년대라고 해도 30 남짓.

 

+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것과 널리 (깊은) 지식을 전파하고자 하는 행위의 작동 원리는 양분된 세계관에 대입시켜볼 있을 같다. 또한 흥미롭다.

 

+ 안다는 것만큼 알아가는 것은, 괴롭지만 즐거운 일이다. 언젠가는 책에서 다룬 개념들에 대한 비판도 있길.

겸허한 마음은 잊지 .

 

+ 지대넓얕 팟캐스트는 여기서

윈도우, 안드로이드 [팟빵] http://www.podbbang.com/ch/7418

맥, 아이폰 [아이튠즈] https://itunes.apple.com/kr/podcast/jidaeneolb-yat-jijeogdaehwaleul/id851004868?mt=2

 

 

책갈피


++ 현대 철학의 거물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철학적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자가 말을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말을 이해할 없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없다.

(중략)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그리고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모르고 있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금의 너와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그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중략) 교양과 인문학은 단적으로 말해서 넓고 얕은 지식을 의미한다. (p. 5 프롤로그)

 

++ 미디어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늘날의 미디어가 객관적 사실의 전달을 넘어선다는 것에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말해서, 객관적인 언론과 방송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허상에 가깝다. 객관적인 미디어는 없다. 사실을 전제하고 언론과 방송을 접해야 그나마 객관적 사실에 근접할 있을 것이다. (p. 215. 정치 - 보수와 진보의 현실적 구분)

 

++ 한국 사회의 보수화 성향이 특정 권력층의 의도적 작용이었다고 해도 대중이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교육과 매체를 이용한 권력층의 작용이 있었다고 해도, 대중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경제 체제를 끝내 유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 (p. 281. 정치 - 민주주의의 형식적 급진성과 현실적 보수성)

 

++ 대중은 정교하고 매끄러운 미디어의 영향 아래 놓이면, 자신의 신념과 사고의 번거로움을 포기하고, 모든 평가와 판단을 미디어에 양도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자신의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미디어가 대신해주는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미디어에 자신의 판단을 양도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로워지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성공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밖의 진실을 있는 기회를 갖기 못할 것이고, 인생의 깊이를 얻지 못할 것이며,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 속에서 빛날 수는 없을 것이다. (p. 331. 사회 - 최종정리)

 

++ 극단적으로 단순화되고 추상화된 세계는 대축적지도와 같다. 지구 전체의 구조가 세계지도 장에 담기듯 양분된 세계는 세계를 조망하는 도구가 것이다. 미세한 구체성을 소거한 비현실적인 지도가 우리가 가야 곳을 안내하듯,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한 책이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 여행의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은 여행을 시작한 독자의 몫이다. 지도를 배낭에 넣고 인생의 여행길을 따라 여행하는 동안, 동행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그림을 완성해나가기를 바란다. (p. 375. 에필로그)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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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ance 2015/09/02 21:11 # 답글

    미디어 얘기는 캡콜드님. 특히나 플로차트 시리즈가 좋음. http://capcold.net/blog/9712
    진보/보수, 좌파/우파의 대한민국식 정의를 나름 정리해두는게 필요.
    행간읽기. http://hangganreading.tistory.com 도 괜찮음.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by 더글러스 러미스. 도 추천.
  • 나는고양이 2015/09/05 14:04 #

    뭐, 너무 잘 아시겠지만, 이 책도 일독 추천입니다. 추천 사이트들은 챙겨볼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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